수리산 둘레길, 비갠 이른 아침
간밤에 가을비가 내렸다. 어둑했던 검은 하늘이 어느새 그치더니 햇살이 돋기 시작한다.
비바람에 상처 입은 거미줄에는 영롱한 물방울이 구슬처럼 꿰어 있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조그만 입새 하나가 달랑 붙어있다.
밝게 빛나는 노오란 나뭇잎 하나
저걸 보면 사람들이 '하트'라고 하지 않을까?
내 사랑을 기억해달라면서 카톡으로 보내면서 낄낄거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하트는 거미에게는 불편한 손님일 뿐이다.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간밤에 내리친 비바람으로 거미줄이 많이 상했는데, 떡하니 나뭇잎까지 붙어 있으니...
이곳으로 날아오던 곤충들은 붙어있는 나뭇잎을 보고
거기가 허공이 아니라 자신들을 잡기 위한 거미줄이 존재하고 있다고 인식할 수도 있다.
거미는 어떻게 하든 저 나뭇잎을 없애버려야 한다.
우리는 사랑이라고 좋아했는데,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걸림돌이 되고 아픔을 가져다줄 수 있다.
영롱한 물방울 사이에 아름답게 채색된 이 이파리가 참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누군가가 입었을지도 모르는 상처를 떠올려보자.
나만 좋아서는 안된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남을 배려하고 함께 기뻐해야 한다.
나에게 유익한 일이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를 생각하는 세심한 배려를 상대방이 느낀다면
얼마나 감격해하겠는가?
이웃을 생각하라.
사랑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만행을 그치라.
숭고한 사랑은 자기 죽음으로부터 비롯한다.
내가 손해보고 내가 작아져야 사랑이 커지는 것이다.
거미줄에 걸린 사랑은
이기적인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를 통째로 내어주는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이루어내는 진정한 사랑을 고민해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