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몽골에 갔다가 점심을 먹으러 울란바타르 외곽의 게르촌에 방문했었다.
막 짓고 있는 건물이 있어 유심히 바라보니 까마귀 두 마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형! 사람들이 우릴 보지는 못하겠지?"
"그럼, 이렇게 까만 데에 앉아있는데 어떻게 우릴 보겠어."
"그나저나 사람들은 왜 그렇게 바쁜지 몰라?"
"그러게 말이야, 이 널따란 초원에 왔으면 땀좀 나더라도 산책이나 할 것이지..."
"산책할 여유가 있으면 한 2주나 휴가를 내서 왔겠지. 내가 들어보니 얼른 밥 먹고 또 비즈니스 하러 가야한다나 봐."
"몽골은 지금이 최고로 아름다운 때인데, 이 사람들은 진정 귀한 것을 몰라보네..."
"돈 벌려고 발버둥 쳐봐야 때가 되면 가진 거 다 놔두고 하늘로 가야 한다는 걸 모르나 봐."
"사람들이 그렇게 잘난 것 같아도, 자연의 순리는 잘 모르는 모양이지."
"가족이 소중하고, 건강이 소중하고, 마음의 평화가 소중한데 저 사람들은 일에 빠져 사는 사람들 같아."
"잠깐 살다가는 세상에서 최고의 가치를 찾자면 사랑이 아닐까 해. 서로 사랑하며 살기도 시간이 너무 짧은데 허탄한 것을 좇아가지 말고 숭고하고 진정성이 있는 사랑을 실천하며 살면 이 세상이 얼마나 행복해질까?"
우리 일행은 박람회장에서 잠깐 짬을 내어 경치 좋다는 이곳에 와서 식사를 하였다.
어떻게 하면 전략적으로 수익을 올릴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전략적 미팅을 잘 마치고
우리말을 엿듣고 있던 새들의 조언대로 푸른 언덕에 잠시 올라 푸른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만끽하다가 돌아왔다.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거기에 돗자리라도 깔고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인생사를 논하며 자신을 돌아볼 좋은 시간을 가졌으련만...
너무 촉박한 일정이었던 게 너무 아쉬웠다.
그 새들은 우리가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어찌 알았을까....?